유리 천창 아래로 내려가는 공항의 빈 에스컬레이터

배달 앱의 호출을 받는 기사, 플랫폼에서 프로젝트를 구하는 디자이너, 여러 업체의 일을 병행하는 소프트웨어 프리랜서는 모두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화면에서 일을 구한다고 해서 법적 지위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고, 누군가는 산재보험의 ‘노무제공자’ 범주에 들며, 누군가는 어느 제도의 적용 대상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 복잡함을 줄이겠다는 정책 논의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10월 15일 청년 프리랜서 간담회에서 기본법의 연내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1] 그러나 10월 22일 현재 확인되는 제2220160호 「일하는 사람의 권리보장에 관한 기본법안」은 7월 24일 발의돼 7월 27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이다.[2] 국회를 통과해 시행 중인 법이 아니다.

따라서 이 글의 질문은 “새 법으로 무엇이 이미 보장됐나”가 아니다. “근로자로 인정되는지와 별개로 최소권리를 두는 방식이 어떤 공백을 메울 수 있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남는가”다.

먼저 세 개의 문을 분리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 논의에서는 서로 다른 제도가 자주 한 문장에 섞인다.

첫째 문은 발의안이 제안하는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리다. 제2220160호는 고용상 지위나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을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보수 지급이나 보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노무 중개 사업자에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 사업자도 포함하는 구조다.[2]

법안은 차별 금지, 노무 내용 등을 적은 서면계약 교부, 정당한 이유 없는 일방적 계약 해지·변경 금지, 휴식권·모성보호·성희롱 및 괴롭힘 예방 조치, 사회보험 보장 등을 제안한다. 권리 행사에 대한 불이익 금지, 노무조건에 관한 참여권, 노동단체 결성·활동의 권리와 행정상 지도·감독 및 시정명령도 담았다.[2] 이 항목들은 어디까지나 법안이 제안한 보호다. 현재 모든 플랫폼 종사자가 이 조항을 곧바로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둘째 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조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3]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가 되거나 근로자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업무 관계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지 판단하는 문제와, 더 넓은 사람에게 최소권리를 주려는 기본법의 적용 범위는 별개다.

이 구분은 보호 수준에도 영향을 준다. 발의안의 ‘일하는 사람’에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의 임금·근로시간·휴일·해고 제한이 모두 자동 적용된다고 읽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기본법이 생기면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주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최소권리의 바닥을 만드는 일과 기존 노동법상 지위를 판단하는 일은 대체재가 아니라 두 축이어야 한다.

셋째 문은 현행 사회보험의 가입 범주다. 근로복지공단 안내는 근로자와 별도로 노무제공자 범주를 두고, 보험설계사·택배기사·소프트웨어프리랜서·퀵서비스기사·대리운전기사 등 열거된 직종에 고용·산재보험 제도를 적용한다고 설명한다.[4] 산재보험에서는 2023년 7월부터 전속성 요건이 폐지돼 여러 업체에서 일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 업체에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도 보호 범위에 들어올 길이 넓어졌다.[5]

하지만 여기서도 “플랫폼에서 일하면 누구나 같은 보험에 자동 가입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근로자, 노무제공자, 예술인, 자영업자 등 적용 경로가 다르고, 노무제공자는 법령상 직종과 신고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고용보험 가입 여부와 산재보험 적용 여부도 같은 질문이 아니다. 기본법안의 사회보험 조항은 이런 현행 분류를 당장 하나로 합친 시행 규정이 아니라, 보장을 확대하겠다는 입법 방향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최소권리 접근이 필요한 이유

근로자성 판단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계약서가 없고, 이미 한 작업의 보수가 늦어지거나 깎이고, 계정 정지나 계약 종료의 이유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모두 “먼저 근로자임을 입증하라”는 절차 뒤에 두면 보호가 너무 늦어진다.

최소권리 접근의 장점은 분명하다. 계약 당사자와 노무 내용, 보수 산정·지급 조건, 계약 변경·종료 사유를 문서로 남기면 분쟁의 출발점이 선명해진다. 플랫폼이 일감을 중개하면서 보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책임 주체를 논의할 근거도 생긴다. 휴식과 안전, 괴롭힘 예방을 계약 명칭에 따라 완전히 달리 취급하지 말자는 원칙도 세울 수 있다.

고용노동부 간담회에서 소개된 조사에서는 청년 플랫폼 종사자 및 프리랜서 응답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17.5%였고, 10명 중 7명 이상이 권리보호 법률과 분쟁조정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1] 이 수치는 정책 수요를 보여주는 참고 자료다. 다만 보도자료에는 표본 규모, 표집 방식, 응답자의 세부 구성과 가중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전국 프리랜서나 전체 플랫폼 노동자의 가입률·찬성률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보호의 확대가 곧 분류 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기본법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지만, 잘못 설계하면 새 회색지대를 만들 수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사업자가 “기본법상 권리는 주고 있으니 이 사람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법의 목적은 근로자보다 낮은 별도 신분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최소선을 보완하는 데 있어야 한다. 법률 간 관계, 근로자성 판단에 미치는 영향, 더 유리한 기존 권리의 우선 적용을 조문과 집행 지침에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책임 주체도 정교해야 한다. 한 건의 업무에 고객사, 중개 플랫폼, 파견·용역업체가 함께 관여할 수 있다. 계약서를 올린 곳, 보수를 결정한 곳, 계정을 정지할 수 있는 곳, 작업 방식을 통제한 곳이 서로 다르다면 모든 의무를 한 사업자에게 묶는 방식도,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 방식도 현실과 어긋난다. 권리별로 누가 정보를 제공하고, 보수를 지급하고, 안전조치를 하고, 분쟁조정에 응해야 하는지 나눠야 한다.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도 공익의 일부다. 소규모 플랫폼이나 영세 발주자에게 적용되는 서면교부 항목, 보수 지급 기한, 휴식 보장 방식, 보험 신고 의무가 모호하면 준수 비용과 분쟁이 함께 늘어난다. 반대로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핵심 의무를 노력 규정에만 맡기면 이름만 기본법인 선언에 그칠 수 있다. 그래서 표준계약서, 업종별 지침, 단계적 시행과 소규모 사업자 지원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법안 심사에서 확인할 다섯 가지

법안의 찬반을 선언하기 전에 다음 다섯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누가 보호받는가. 개인사업자 등록 여부나 플랫폼 사용 여부가 아니라 실제 노무 제공과 보수 관계를 일관되게 포착하는가.
  2.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가. 서면계약, 보수, 휴식, 안전, 괴롭힘 방지 같은 권리가 구체적인 의무와 연결되는가.
  3. 어디에서 구제받는가. 상담·조정·시정명령·소송의 순서와 담당 기관, 처리 기한, 비용이 명확한가.
  4. 기존 법과 어떻게 만나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과 고용·산재보험의 현행 적용 범주를 축소하거나 혼동하지 않는가.
  5.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계약서 교부율만이 아니라 보수 체불, 산재 미신고, 일방적 계정 정지, 분쟁 처리기간과 반복 위반이 실제로 줄었는가.

마지막 질문이 특히 중요하다. 법률 제정 건수나 표준계약서 배포량은 활동 지표일 뿐이다. 노동자가 보호받았는지는 보수 지급의 예측 가능성, 사고 뒤 보상 접근성, 계약 종료의 설명 가능성, 신속한 분쟁 해결로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플랫폼 이탈, 거래비용의 노동자 전가, 형식적 개인사업자화 같은 부작용도 함께 추적해야 한다.

‘근로자냐 아니냐’ 사이에 권리를 비워두지 않기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법적 지위를 일괄 부여하는 것만도, 현행 분류가 완벽하다고 보는 것도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돼야 할 사람은 그 지위를 온전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 판단과 별도로 계약 형식 때문에 기본적인 서면계약, 보수, 안전과 분쟁구제에서 배제되는 사람에게는 최소권리의 바닥이 필요하다. 고용·산재보험은 다시 각 법의 적용 범주와 신고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제2220160호 법안은 이 세 층을 연결하려는 제안이다. 아직 시행법이 아니며, 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범위와 의무, 제재와 구제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 평가 기준은 이름이 아니라 경계다. 기본법이 기존 노동법상 권리를 낮추지 않으면서 사각지대를 메우는지, 플랫폼과 발주자의 책임을 실제 통제력에 맞게 나누는지, 사회보험의 현행 범주와 확대 과제를 솔직하게 구분하는지를 봐야 한다.

이 글은 제도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공익적 분석이며, 개별 계약의 근로자성·보험 적용·구제 가능성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계약서와 실제 업무 관계, 적용 법령을 바탕으로 관계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확인해야 한다.

Sources

[1] https://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20093 [2] https://opinion.lawmaking.go.kr/gcom/nsmLmSts/out/2220160/detailRP?yType=I [3] https://www.law.go.kr/LSW/lsLinkProc.do?joLnkStr=%EC%A0%9C2%EC%A1%B0&lsNm=%EA%B7%BC%EB%A1%9C%EA%B8%B0%EC%A4%80%EB%B2%95&mode=11 [4] https://webzine.comwel.or.kr/vol140/sub02.html [5] https://webzine.comwel.or.kr/vol133/sub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