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중순, 회사 일 외에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왔다. “AI 에이전트 서버 하나 세팅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가지 않을까?”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걸 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이 삽질했다.
이 글은 한 달간 동시에 굴린 4개 사이드 프로젝트의 총결산이다. 뭘 만들었고, 뭐가 됐고, 뭐가 안 됐는지. 그리고 이걸 통해 뭘 배웠는지.
한 달간 뭘 했나 — 타임라인

정리해보면 대충 이런 흐름이었다:
| 시기 | 프로젝트 | 상태 |
|---|---|---|
| 2월 중순 | AI 에이전트 서버 세팅 (Rocky Linux) | ✅ 완료 |
| 2월 중순 | 기술 블로그 개설 + 첫 포스트 | ✅ 운영 중 |
| 2월 셋째주 | 트레이딩봇 v1 (PAPER 모드) | ✅ → v4까지 진화 |
| 2월 넷째주 | 로또 자동구매 자동화 | ✅ 매주 자동 실행 |
| 3월 첫째주 | K8s 6노드 클러스터 구축 | ✅ 운영 중 |
| 3월 첫째주 | AI 비서 1달 후기 작성 | ✅ 완료 |
한 줄로 요약하면: “처음엔 하나만 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4개가 됐다.”
이게 사이드 프로젝트의 무서운 점이다. 하나를 만들면 다른 게 필요해지고, 그걸 만들다 보면 또 다른 게 보인다. AI 서버를 세팅하니 → 트레이딩봇을 돌리고 싶어지고 → 로또도 자동화하고 싶어지고 → 관리할 게 많아지니 K8s가 필요해지고… 끝이 없다.
프로젝트별 성적표
1. 기술 블로그 — 예상 밖의 MVP
블로그는 사실 “기록용”으로 시작했다. 삽질한 거 까먹기 전에 적어두자는 거였는데, 한 달 만에 포스트가 20개를 넘겼다. AI 비서가 초안을 잡아주고, 내가 경험과 맥락을 보태는 워크플로우가 생각보다 잘 돌아갔다.
잘된 점:
- Jekyll + GitHub Pages 조합이 비용 0원에 배포도 간단
- AI가 포스트 초안 + 이미지 + PR까지 자동 생성 → 나는 리뷰만
- SEO 설정(sitemap, OpenGraph, AdSense)을 초반에 해두니 알아서 인덱싱
아쉬운 점:
- 초기 포스트 몇 개는 “가이드풍”으로 너무 일반적이었음 → 경험담 스타일로 전환
- 이미지 다양성이 부족했음 (Unsplash에 의존)
- 댓글 시스템을 아직 안 달았음 (Disqus or utterances 고민 중)
한 달 성과:
- 포스트 20+ 개 발행
- Google 인덱싱 확인
- AdSense 승인 (수익은… 커피 한 잔 값도 안 됨 😂)
솔직히 블로그가 이렇게 꾸준히 이어질 줄 몰랐다. AI 비서가 초안을 뚝딱 만들어주니까 “귀찮아서 안 쓴다”는 핑계가 사라졌다. 물론 AI 초안 그대로 올리면 밋밋해서, 실제 에러 메시지나 삽질 과정을 직접 보태야 글이 살아난다.
2. 트레이딩봇 — 가장 많이 배운 프로젝트

트레이딩봇은 이 한 달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프로젝트다. v1에서 시작해서 v4까지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진화 과정:
- v1: 단순 DCA 매수 → 하락장에 물타기만 하다 원금 녹음
- v2: 방어정책 추가 → 근데 물타기랑 방어정책이 서로 싸움 🤦
- v3: 시장 상태 분석 + 동적 전략 전환
- v4: 이중 익절 전략 (부분 익절 + 전량 익절) 도입
이전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뤘지만, 가장 핵심적인 교훈은 이거다: “매수 로직보다 리스크 관리가 10배 중요하다.”
PAPER 모드로 돌리면서 느낀 건, 백테스트 결과와 실제 시장은 정말 다르다는 거다. 백테스트에서는 완벽하게 수익을 내던 전략이 실시간에서는 타이밍 하나에 결과가 뒤집힌다. 슬리피지, API 지연, 갑작스러운 급등락… 시뮬레이션에서는 보이지 않던 변수들이 실전에서 튀어나온다.
한 달 성과:
- PAPER 모드 시뮬레이션 다수 완료
- 전략 4번 진화 (v1 → v4)
-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 구축
- 시장 상태별 동적 전략 전환 로직 완성
가장 뼈아팠던 실수:
- 2월 말 시장 급락 때 PAPER 모드였는데도 심장이 쿵쿵거렸음
- 방어정책이 물타기를 차단하면서 매수 기회를 놓친 적이 있음 → 우선순위 로직 수정
- 로그를 안 남겨서 “왜 이때 이 판단을 했지?” 추적이 안 됐음 → 상세 로깅 추가
3. 로또 자동구매 — 가장 재밌었던 프로젝트

기술적으로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프로젝트. 삽질기 포스트에도 썼지만, 동행복권 사이트의 안티봇 메커니즘이 상당했다.
삽질 하이라이트:
- 안티봇 감지: headless Chrome을 바로 탐지해서 차단 →
--disable-blink-features=AutomationControlled등 우회 플래그 적용 - 동적 DOM: 구매 버튼이 JavaScript로 동적 생성 → 단순 셀렉터로는 클릭 불가
- MutationObserver: DOM 변화를 감시하면서 요소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패턴으로 해결
- 팝업 지옥: 구매 확인 팝업, 보안 팝업, 세션 만료 팝업… 팝업이 3겹으로 뜸
지금은 매주 금요일 저녁에 크론 잡이 돌면서 자동으로 5장씩 구매한다. 텔레그램으로 구매 결과 알림도 온다. 개발하는 데 3일 걸렸고, 그 이후로는 손 안 대고 돌아가고 있다.
한 달 성과:
- 자동구매 4~5회 성공적 실행
- 당첨은… 5등 한 번 (5,000원 😂)
- 투자 대비 수익률: 마이너스 (당연히)
- 하지만 편의성은 무한대
로또는 어차피 기대값이 마이너스인 게임이다. 그걸 알면서도 매주 사는 건, 돈을 벌려고가 아니라 “혹시?”라는 작은 설렘 때문이다. 그 설렘을 유지하면서 귀찮음은 없앤 거니까, 이 프로젝트는 성공이라고 본다.
4. K8s 클러스터 — 가장 뿌듯한 프로젝트

집에 놀고 있는 서버 6대로 K8s 클러스터를 구축한 건, 한 달 중 가장 뿌듯한 성과다. 클라우드에 EKS 올리면 간단하지만 월 15만 원은 사이드 프로젝트에 너무 아깝다.
구성 요약:
- 마스터 3대 (HA 구성) + 워커 3대
- CNI: Cilium
- GitOps: ArgoCD
- 로드밸런서: MetalLB + HAProxy
가장 힘들었던 건 네트워크 설정이었다. Cilium이 기존 iptables 규칙이랑 충돌하는 문제, CoreDNS가 간헐적으로 응답 못 하는 문제, MetalLB가 ARP 모드에서 특정 노드만 응답하는 문제… 하나하나 잡는 데만 이틀은 걸렸다.
근데 한번 세팅해놓으니 정말 편하다. git push만 하면 ArgoCD가 알아서 배포해주고, 노드 하나가 죽어도 Pod가 다른 노드로 자동 이동한다. 이 맛에 K8s 하는 거구나 싶었다.
비용 총정리 — 한 달에 얼마 들었나?

사이드 프로젝트의 현실은 비용이다. 아무리 재밌어도 돈이 너무 나가면 지속 불가능하다. 한 달 비용을 솔직하게 정리해봤다.
| 항목 | 월 비용 | 비고 |
|---|---|---|
| 서버 (온프레미스) | 전기세만 | 기존 장비 활용 |
| 도메인 | 무료 | GitHub Pages 기본 도메인 |
| AI API 비용 | 수만원대 | Claude API (에이전트 운영) |
| 로또 구매 | 20,000원 | 주당 5,000원 × 4주 |
| 트레이딩봇 | 0원 | PAPER 모드 (실거래 X) |
| 합계 | 수만원대/월 |
클라우드로 했으면 서버 비용만 월 10~20만 원은 나갔을 거다. 온프레미스로 한 덕분에 가장 큰 비용이 AI API 사용료인 구조가 됐다. 로또비는… 뭐, 취미비라고 치자.
수익은?
- 블로그 AdSense: 거의 0원 (시작한 지 한 달이니 당연)
- 트레이딩봇: PAPER 모드라 실수익 없음
- 로또: -15,000원 (5등 한 번 당첨)
종합하면 현재 수익은 사실상 제로다. 하지만 이건 예상한 거고, 목적 자체가 “돈 벌기”보다 “만들면서 배우기”였으니 괜찮다. 블로그 트래픽이 쌓이고 트레이딩봇이 라이브로 전환되면 그때 진짜 수익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크게 배운 5가지

1. “완벽한 준비” 같은 건 없다, 일단 시작해라
4개 프로젝트 모두 “이것만 더 공부하고 시작하자”라고 했으면 아직도 시작 못 했을 거다. Rocky Linux에 Chrome CDP 연결하는 법을 미리 공부하고 시작한 게 아니다. 일단 설치하다가 에러 나면 그때 찾아봤다. 트레이딩봇도 금융공학을 공부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 일단 API 연결부터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가장 위험한 건 “준비”라는 이름의 미루기다. 시작하면 문제가 보이고, 문제가 보이면 해결할 수 있다.
2. AI 도구는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
AI 비서에게 “블로그 글 써줘”라고 하면 글이 나오긴 한다. 근데 그건 그냥 정보 정리지 “내 경험”이 아니다. AI가 진짜 빛나는 순간은 내가 겪은 삽질을 말해주면 그걸 구조화해주는 때다.
“Chrome CDP 연결할 때 --no-sandbox 없으면 Rocky에서 안 되더라”라고 말하면, AI가 그걸 멋진 섹션으로 만들어준다. 재료(경험)는 내가 대고, 요리(구조화)는 AI가 한다. 이 분업이 핵심이다.
3.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 하면 시너지가 있다
처음엔 “4개나 동시에 하면 하나도 못 끝내겠지”라고 걱정했다. 근데 막상 해보니 시너지가 있었다. 서버 세팅하면서 배운 게 K8s에 도움이 됐고, 트레이딩봇 개발하면서 겪은 삽질이 블로그 소재가 됐고, 블로그를 쓰면서 내가 뭘 모르는지 정리가 됐다.
단, 이게 가능했던 건 각 프로젝트가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없는 4개를 동시에 했으면 그냥 산만했을 거다.
4. 로그를 남기지 않으면 삽질을 반복한다
트레이딩봇에서 가장 크게 느낀 교훈이다. “왜 이때 매수했지? 왜 이 타이밍에 익절했지?” — 로그가 없으면 내가 짠 코드인데도 의도를 모른다. 서버 세팅도 마찬가지. “이 설정 왜 바꿨지?” 기록 안 해두면 3일 뒤에 다시 삽질한다.
블로그 포스트를 쓰는 것도 결국 “미래의 나를 위한 로그”다. 한 달 전에 쓴 서버 세팅 글을 이번에 K8s 구축하면서 다시 참고했다. 내가 쓴 글이 나한테 도움이 되는 신기한 경험.
5. 사이드 프로젝트의 진짜 가치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솔직히 말하면, 이 한 달의 결과물만 보면 초라하다. 수익 0원, 로또 당첨 5등 한 번, 블로그 방문자 하루 한 자릿수. 근데 이 과정에서 배운 건 엄청나다:
- Kubernetes 온프레미스 운영 경험
- 암호화폐 트레이딩 전략 설계 능력
- 브라우저 자동화 + 안티봇 우회 기술
- AI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워크플로우
- 기술 블로그 운영 + SEO 기초
이런 건 강의 듣거나 책 읽어서는 절대 안 쌓인다. 직접 해봐야 한다. 에러 메시지 보고 멘붕 오고, 새벽 3시에 “아 이거였어!” 하면서 해결하는 그 과정이 진짜 배움이다.
다음 한 달 계획
한 달을 회고했으니, 앞으로 한 달도 미리 그려본다:
- 트레이딩봇 라이브 전환: PAPER 모드는 충분히 돌렸다. 소액으로 실거래 시작할 시점이다. 물론 리스크 한도를 빡빡하게 걸고.
- 블로그 트래픽 확보: SEO 최적화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고, 개발 커뮤니티에 공유 시작.
- K8s 위에 서비스 마이그레이션: 트레이딩봇, AI 에이전트를 K8s Pod로 이전. Docker Compose 졸업.
-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코딩 에이전트 여러 개가 K8s 위에서 협업하는 구조를 실험해보고 싶다.
마무리 — 0→1이 제일 어렵고, 제일 재밌다

0에서 1을 만드는 건 항상 어렵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작동하게 만드는 건, 1에서 10으로 키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근데 그만큼 재밌다.
한 달 전에는 AI 에이전트가 뭔지, K8s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트레이딩봇이 어떤 구조인지 하나도 몰랐다. 지금은 적어도 “직접 해봤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쓴 블로그 포스트들이 남아있다. 미래의 내가 다시 볼 자산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한마디 하자면: 완벽한 아이디어를 기다리지 마라. 그냥 관심 가는 거 하나 잡고 시작해라. 하다 보면 다음 게 보인다. 그리고 반드시 기록해라. 삽질 로그가 나중에 가장 값진 자산이 된다.
이 시리즈의 이전 글들도 참고해보시길:
- AI 에이전트로 로또 자동구매 삽질기
- 트레이딩봇 만들면서 배운 것들
- Rocky Linux에서 AI 에이전트 서버 세팅 삽질기
- K8s 클러스터 6노드 구축 삽질기
- 개발자가 AI 비서를 1달 써본 솔직 후기